지지난 주말즈음 게임이론에 대한 게임을 했다.
여느 날처럼 트위터를 보던 중, 팔로우 하고 있는 경제학 교수가 쓴 “최근 경험한 것들 중 가장 인상적인 30분”이라는 평가를 보고 무심코 해 보았다. 사실 게임 이론을 시각화 한거라봐야 뻔한 내용일 것 같아서 (“어차피 tit-for-tat이 최고라는 내용이겠지” 같은) 큰 기대는 없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람들이 신뢰를 쌓고 협력을 하게 되는 조건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내용이다.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을 여러명과 반복적으로 플레이 하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 플레이어가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 지배적인 플레이어 그룹이 되는지, 특정 전략이 지배적인 플레이어 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주어져야 하는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체험해 볼 수 있다. 내용을 전부 옮겨 적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직접 체험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복잡계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차이를 직접 경험하는게 중요하니까.
플레이하다보면 플레이어들 사이에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협력하는 플레이어들이 지배적이 되기 위해) 어떤 요소들이 중요한지를 하나씩 배우게 된다. 이런 시스템을 다뤄 본 사람이라면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당연히 초기 분포는 큰 영향을 준다. 협력하는 플레이어가 많으면 그들끼리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으므로 협력이 유리한 전략이 된다. 반대로 협력하는 플레이어를 속이고 착취하는 플레이어가 많으면 착취가 지배적인 전략이 된다. 또한 행동에 대한 보상과 처벌 시스템도 무척 중요하다. 협력에 대한 보상이 크면 협력이 유리하고, 속임수에 대한 처벌이 낮으면 속임수가 유리하다.
그러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주요 팩터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two-way interaction의 횟수였다. 이 게임에선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실수로 상대방을 속이게 되는 확률을 조절할 수 있는데, 각 경우에 따라 상대방이 자신을 속였을 때 n회까지는 용서하는 전략이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의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생기려면 1) 반복적인 상호작용이 많아야 하고 2) Win-Win이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하고 3) 서로간의 오해가 적어야 한다.
그동안 블록체인 시스템을 보면서 2번의 인센티브 구조에만 집중하고, 1번과 3번 같은 참여자들간의 상호작용 방식에는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이다. 물론 블록체인은 그 상호작용 방식이 코드로 결정되어 있다보니 일반적인 사회 시스템보다는 덜 신경써도 되겠지만. 잘 동작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게 목표라면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게임도 이런 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In the short run, the game defines the players. But in the long run, it’s us players who define the game.
…
So, do what you can do, to create the conditions necessary to evolve trust. Build relationships. Find win-wins. Communicate clearly. Maybe then, we can stop firing at each other, get out of our own trenches, cross No Man’s Land to come together…
사실 블록체인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게임 중에 Sandbox 모드가 있어서 원하는 조합을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는데..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최소한 내가 바람직하다고 믿는 전략이 지배적인 전략이 되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복합적인 요소가 어우러져야 하더라.
과연 현재 우리 사회는 저 요소들이 나아지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IT 기술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만들었지만 그 상호작용은 과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금융 산업의 발전은 모두가 Win-Win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발전이었을까. 소셜 미디어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해 보아야지. 그리고 보다 바람직한 방향의 정책을 만들 사람을 뽑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