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을 시작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동네 카페에 갔더니 표지에 동물이 그려진 “스텔라는 어떻게 농장을 구했을까”라는 책이 있었다. 가벼운 그림 동화책일까 싶어서 집어들었는데 “리버스 이노베이션”을 쓴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의 경영학 책이었다.

알라딘US: 스텔라는 어떻게 농장을 구했을까
표지가 귀엽다!

내용은 이렇다. 동물들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름 성공적인 농장 사업을 운영해오던 윈저 농장은 인간이 운영하는 (=동물을 착취하는) 농장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신사업을 통해 탈출구를 찾아보려 한다. 스텔라라는 어린 양이 제안한 알파카 울 사업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전담 팀이 꾸려지고 사업을 진행해 나가지만 기존 사업 분야와의 리소스 배분 및 협업 방식의 충돌, 신규 인원과 기존 인원의 화합, 장기간 가시화되지 않는 수익성 등으로 많은 난관을 겪는다.

200페이지 남짓에 줄간격이 넓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 개인적으론 웬만한 경영 서적보다 낫다고 느꼈다. 많은 책들이 사례 소개로 대부분의 페이지를 채우는데 반해 원하는 사례를 하나 만들어냄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만 전달했다는 점이 컸고, 실제로 신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일어날만한 사건들과 함께 이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들이 제시되어있다는 점이 좋았다. 신사업에 적합한 인원이 없어서 외부에서 전문가를 채용한다거나, 기존에 하던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하지 않으면 신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거나 등등.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신사업 팀의 성과와 그 리더를 평가하는 방법이었다. 사실 신사업 팀은 초기에 큰 투자를 수반하는 경우도 많고,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팀의 능력이나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기존 사업의 평가 기준인 비용/매출 수치나, 예상치와의 괴리로 신사업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순식간에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성과 나올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언젠가는 사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신사업 팀의 리더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혁신 사업은 실험(과학 연구)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험을 할 때에는 1) 가설을 세우고 2) 실험을 설계하고 3) 결과를 분석하고 4)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신사업 역시 검증하고자 하는 가설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지, 가설 검증의 과정이 충실하게 진행되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신사업은 그 분야에 대해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으므로, “실험”을 통해 “아는 것”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 과정이 잘 이루어지는지가 평가 대상이 되어야지, “모르는 것”으로 인해 실패했다고 해서 그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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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전담 팀의 리더인 마브에게 요구한 항목.

사실 책에서 스텔라는 아이디어만 제시하고 신사업 진행에서 큰 역할을 하진 않는데, 제목에 스텔라를 쓴 건 도입을 흥미진진하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스텔라가 페루 여행 중에 (당연히 인격화된) 알파카와 사랑에 빠지는 에피소드로 책을 시작하니까. 어쩌면 혁신은, 신사업은 아이디어 제안자 한 명에 의해 진행되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자 한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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