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레이엄은 글을 참 잘 쓴다. 사실 글은 매체일 뿐이니, 생각을 잘 한다는게 더 맞을 것 같다. 최근에 카카오에 인수된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님이 페이스북에 공유해주셔서 폴 그레이엄의 How people get rich now를 읽었고, 내용을 짧게 적어보고자 한다.
폴 그레이엄은 1982년의 포브스 부자 리스트와 2020년의 부자 리스트를 비교하며, 그들이 부를 축적하게 된 경로를 통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부의 축적 방법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1982년에는 대부분이 상속으로 부자가 되었거나, 부동산 등에서 좋은 거래를 함으로써 부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20년에는 창업자의 비중이 훨씬 높고, 특히 테크 분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런 창업자 위주의 부자들의 구성은 1892년에도 나타났는데, 1892년에 부자들을 취재한 뉴욕 해럴드 트리뷴은 “대량 생산 기술을 edge로 삼아” 부자가 된 경우가 많다고 서술했다.
폴 그레이엄은 1970년대부터 microelectronics 기술이 성장하면서 고유의 기술을 가진 창업자들이 부를 축적했고, 전자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pure tech 외에도 기술을 레버리지해서 상거래(아마존)나 자동차 산업(테슬라)의 기존 기업들을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의 “공장 설립”과 같은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창업 자체가 쉬워졌고, 투자자들보다 창업자가 더 귀해지면서 기업의 밸류에이션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1982년의 부자 리스트는 왜 2020년과 1892년과 달랐을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JP모건 등의 자본가들은 여러 기업들을 통합하면서 독과점 구조를 만들었고, 작은 기업들이 독과점 기업들과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모두가 창업보다는 취업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독과점 체제는 1970년대즈음부터 비효율을 드러냄과 동시에 정책에 의해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창업-취업의 비중의 변화는, 모두가 취업을 선택하는 1980년 즈음의 지니계수를 낮게 만들었고, 창업자들이 큰 돈을 버는 요즘은 지니계수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 글을 읽다보니 최근에 읽었던 마스터 스위치와 겹쳐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마스터 스위치 역시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의 등장과 분산-통합(독점)의 반복을 다루었는데, 마스터 스위치의 내용과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와 금융 버블의 내용이 적절히 버무려진 글처럼 느껴졌다. 이와 동시에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이 나타났을 때는 Pure tech 중심의 기업으로 시작하지만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산업의 중심부를 대체하게 된다는 시각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1892년에도 분산된 형태로 등장한 테크 기반의 신흥 부자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often rhymes”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앞으로 흘러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술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공부를 더 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