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언어로 블로그를 한다는 것

미디엄에 이런저런 포스팅을 하다 고민이 생겼다. 사실 나는 블로그를 일종의 포트폴리오처럼 쓰려는게 목적이었다보니 초기에는 한국어로 포스팅을 해 왔다. 미디엄이 영어 친화적인 플랫폼이긴 하지만 (윈도에서 접속하면 한국어 폰트가 정말 끔찍하다), 그래도 일종의 업계 표준(?) 같은 느낌이고, 글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플랫폼의 취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굳이 미디엄을 써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외국인들도 봐 줬으면 하는 내용이 생겨 영어로 포스팅을 하게됐고, 의도대로 그 포스팅이 약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미디엄에는 팔로잉 기능이 있어서 팔로 해 둔 사람이 새로운 포스팅을 하면 알림이 온다. 문제는 최근에 나를 팔로 한 외국인들은 내가 영어로 쓴 포스팅을 보고 팔로 한 것인데, 난 얼마전부터 블로그에 부담없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대부분 한국어로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방문자가 얼마 되지도 않으므로 크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누군가에게 불편을 준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니까. 그래서 혹시나 미디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이를 위한 기능은 딱히 없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수년 전부터 있었음에도 특별한 기능이 추가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소한 다른 블로그 플랫폼처럼 글마다 설정한 태그로 필터링 하는 기능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조차 없더라. 플랫폼의 지향점이 달라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이걸 우회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Publication(일종의 팀블로그)을 만들어서 분류하는 것일텐데, 굳이 혼자 운영하는 블로그를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냥 한국어용 (+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블로그를 워드프레스에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조성문님도 한국어 블로그미디엄은 따로 운영하시더라. 미디엄을 좀 더 프로페셔널한 느낌으로.

사실 이런 문제는 블로그 뿐만 아니라 여러 소셜 미디어에서도 생기는 문제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닐때 주변 한국인 지인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 계정을 두개 만들어서 하난 일본어, 하난 한국어로 운영했다. 페이스북에서도 여러 언어권의 친구를 가진 사람들은 한 포스팅에 같은 내용을 여러 언어로 올리곤 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냥 전 세계 사람들이 통일된 언어를 썼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이 블로그엔 부담없이 한국어로 글을 쓰고, 정제된 내용을 영어로 미디엄에 올리려고 한다. 프레드 윌슨처럼 매일매일 짧은 내용으로라도 올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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