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원자

사회적 원자는 물리학을 연구했던 방식들을 사회과학 연구에도 적용할 수 없을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저자가 실제로 유명한 복잡계 물리학자이고.

사회적 원자 - YES24

과학은 현실에서 발견되는 여러 현상들을 개별적으로 연구하며 발전하였고,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연관관계가 밝혀지게 되었다. 자연계의 연구가 이렇게 진행되었듯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패턴을 발견하고 그 패턴의 원인을 밝혀나가는 방식으로 사회과학도 연구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아이디어이다.

마치 개별 원자는 무작위의 브라운 운동을 하지만 그 원자들이 모여 열역학 법칙을 이루는 것 처럼, 개별 인간의 움직임을 100% 예측할 수 없더라도 집단의 움직임은 특정한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접근인 것이다. 또한 인간 자체가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원자들간에 작용하는 힘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패턴을 여러 자연과학의 개념과 방법론을 통해 설명한다.

사실 접근 자체가 참신하고 재미있는 내용도 많이 담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엄청난 결과를 바로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물리학자가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과학 이슈를 다루는 것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왠지 사회과학에 아쉬웠던 부분을 해소해주는 느낌도 든다. 사회가 움직이는 형태에 관심있는 이공계인이라면 읽어보면 속시원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 책이다.

책에서 여러 토픽을 다루지만 후반부에 다뤄진 기업/조직/집단의 형성과 몰락과 관련된 패턴을 내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사람들은 더 큰 성과(효용, 이익, 심리적 만족 등등)를 얻기 위해 협력한다
  2. 협력으로 만들어진 집단이 이익을 내기 시작한다
  3. (집단 내에서) 이익 공유의 불평등이 발생한다
  4. 구성원의 불만이 높아지고 무임 승차자가 생겨난다
  5. 협력이 깨지고 집단의 생산성이 무임 승차자에 맞춰지는 하향평준화가 발생한다

이는 곧 집단 내 불평등이 발생하면 협력 의사가 저해되고 집단 자체가 몰락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특정 집단이 오랫동안 우위를 점하려면 이 패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 인상적인 구절은 이런 것들이 있었다.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평형 상태”를 전제로 모델을 만들지만, 복잡계에서는 “평형에 도달하지 않는 시스템”을 전제로 만드는게 더 맞다.

스미스의 책 <국부론>은 “인간사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백과사전”이라고도 불린다. 이것은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개인이 자기 목적을 추구하도록 내버려 두면 사회에 이득을 주는 경향이 있고, 이때 그들은 의도하지 않은 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아주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적절한 지식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애덤 스미스는, 사람들이 본래 이성보다 욕망의 지배를 더 많이 받으며, 감정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바람직한 결과를 낳도록 하는 방법을 이해해야만 사회 개선을 가장 잘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복잡계 측면의 접근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러나 연구에서 만든 모델이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하는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생긴다. 마치 프로젝트의 매출을 예측해보지만 그게 얼마나 정확한지는 (실제 데이터가 축적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과 비슷하달까. 현실의 데이터를 완벽하게 가져올 수도,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을 할 수도 없는 게 사회과학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는 분야이니 앞으로도 연구 동향을 챙겨볼 것 같다. 이 저자의 다음 책을 읽어 보는 게 우선이려나.

3 comments

  1. Alex

    오 로운님 이 책 읽으셨군요! 그렇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약간 오래된 책이지만 예측 관련된 책들 중에서 Top 3에 들어가는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과학이 단순화하여 측정하는 원리 (공기 분자의 움직임과 온도 예측의 원리)를 잘 설명한 부분은 예측학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1. 이로운

        오 알렉스님 안녕하세요! 맞아요 개념도 새롭고 명쾌해서 주변에 추천할만한 책 같아요. RSS까지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ㅋㅋ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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