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사치품, NFT

CryptoPunks

NFT가 핫하다. 게임 Axie Infinity 안의 땅이 150만 달러에 거래되고, NBA 플레이 영상을 담은 NBA Top Shot의 농구 카드는 일간 거래액이 3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밴드 린킨 파크의 멤버인 마이크 시노다는 자신의 노래 파일이 담긴 NFT(저작권이나 노래 자체에 대한 소유권이 아닌 파일 소유권만을 담은)를 발행했고, 3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그리고 이 금액은 전 세계 음원 공급사에 음원을 풀었을 때 자신이 받는 금액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디지털 아티스트 Beeple의 NFT화 된 작품은 며칠 전 660만 달러에 거래되었고, Beeple의 작품들을 모은 콜라주 작품의 경매가 크리스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람 얼굴의 구성 요소를 무작위로 조합하여 24×24픽셀 사이즈로 생성된 1만 개짜리 이미지 컬렉션인 CryptoPunks는 최저 3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샤크 탱크로 유명한 마크 큐번과 유명 온라인 사업가 게리 베이너척 역시 NFT 거래에 뛰어들고 있고, 클럽하우스에선 매일 NFT를 주제로 하는 방이 열리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NFT가 다시 주목받은 배경과 함께 최근의 사례인 해시마스크를 소개하고, 사람들이 NFT를 사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What is NBA Top Shot? Explaining the Blockchain NBA highlight collectables  | NBA.com Canada | The official site of the NBA
NBA Top Shot. NBA 선수들의 특정 플레이 영상(슛, 패스, 블록 등)을 담고 있다.

왜 다시 NFT인가?

NFT는 2017년 크립토키티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버블이 꺼진 이후 한동안 주류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Zora.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바이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NFT 업계가 소리 없이 꾸준히 발전해 왔다는 점이다. NBA탑샷은 2017년에 크립토키티를 만든 대퍼랩스의 후속 프로젝트이며, 크립토펑크는 2017년 6월에 처음 생성되어 지금까지 커뮤니티가 이어져 오고 있다.

커뮤니티의 확장 측면에서 보면, 게임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NFT 커뮤니티는 예술 분야로도 범위를 넓히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Rarible 같은 플랫폼에서 자신의 작품을 코딩 없이 간단히 NFT화 하여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디지털 아트의 특성을 활용한 프로그래밍 가능한 작품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예술품이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NFT 거래소인 OpenSea 외에도 Zora, SuperRare, NiftyGateway와 같이 다양한 거래소들이 속속 등장하여 좋은 작품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한 컬렉션의 여러 NFT를 담은 바스켓을 토큰화하여 해당 컬렉션에 대한 인덱스를 만드는 NFTX, 특정 NFT를 ERC20으로 쪼개 거래할 수 있는 NIFTEX 등 거래를 수월하게 하는 인프라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NFTX의 Hashmask 인덱스. MASK라는 ERC20 토큰을 DEX에서 구입해서 소각하면 이 인덱스에 담긴 해시마스크 NFT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요인이라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이다. 코로나로 인해 현실에서의 이동과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메타버스라고 통칭되는 가상 현실/디지털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디지털 세계를 현실과 단절된 공간이 아닌 현실의 확장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따라 디지털 세계에 기반을 둔 NFT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진 게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론 (이를 코로나의 영향이라고 보면 비약일 수도 있지만) 코로나는 코인을 포함한 여러 금융 자산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었고, 이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본 투자자들이 NFT를 거금을 주고 구입하면서 확산된 NFT 가격 상승 자체가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예전 포스팅에서 다룬 것처럼 자산 가격의 상승(버블)은 대중과 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NFT가 고액에 거래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Hashmask

해시마스크 0번부터 7번까지.

최근 많은 주목을 받은 프로젝트인 해시마스크를 통해 NFT 프로젝트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해시마스크는 크립토펑크처럼 마스크, 배경, 눈 색깔, 피부색, 아이템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이미지를 담은 NFT로, 총 16,384개가 존재한다. 지난 1월 말, 첫 3,000개는 토큰 당 0.1 이더에 판매되고 마지막 3개는 100이더에 판매되는 계단식 가격 구조로 토큰 세일을 시작했고, 판매 시작 일주일 만에 매진되었다.

해시마스크는 2019년 가을에 두 명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들은 70명의 아티스트로부터 이미지를 받아 무작위로 조합해 이미지를 구성하고, 일부 이미지에 수작업으로 특성을 부여하여 해시마스크를 완성했다. 해시마스크 팀은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특성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어떤 특성이 희귀하고 흔한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하였으나, 일부 특성은 직접 이미지를 분석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게 함으로써 커뮤니티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또한 NFT가 NCT(Name Changing Token)라는 토큰을 매일 10개씩 생성하도록 만들고 이 NCT를 모으면 NFT에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NFT의 생성자뿐만 아니라 보유자도 NFT의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이 NCT는 DEX에서 사고 팔 수도 있다.

마스크 스타일 별 희귀도. 각 스타일 안에도 여러 종류의 마스크가 존재한다.

이러한 여러 숨겨진 요소와 독특한 기능은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수십 시간 동안 이미지를 하나씩 보면서 (해시마스크 팀의 실수로?) 동일한 이미지를 가진 두 장의 NFT를 발견하고 그 이미지에 숨겨진 산스크리트어 문구에 맞는 이름을 부여하기도 하고, 이미지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해서 수작업으로 부여된 특성들을 찾아내기도 했으며, 추상화나 하와이안처럼 공식적으로는 큰 카테고리로만 정의되어 있는 마스크와 배경 같은 특성을 세부 단위로 분류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검색 사이트도 등장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아직도 새로운 요소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이렇게 자가발전하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보유한 해시마스크 이미지를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두기도 하고, 인쇄해서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기도 하고, 핸드폰 케이스로 만들기도 하고 있다. (참고로 메인으로 사용하는 지갑에 NFT가 들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NFT를 인터넷에 자랑할 경우 자신의 자산 정보가 들키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NFT를 사는 이유

이렇게 여러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를 소개하긴 했지만, 막상 관심을 갖고 사려고 보면 유명한 NFT는 가격이 무척 비싸서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크립토펑크는 앞서 말한 것처럼 최소 3만달러이고, 해시마스크도 지금 최소 2,5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기껏해야 그냥 이미지일 뿐인데, 사람들은 이걸 왜 살까? 무엇이 그 가격을 정당화할까?

Flex성

크립토펑크 NFT를 1월 초에 140이더(당시 기준 약 15만 달러)에 구매한 유저는 자신이 크립토펑크를 구매한 이유를 “플렉스 기능”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실에서 롤렉스 시계나 5달러짜리 시계나 똑같이 시간을 보여주는 기능을 하지만 사람들이 롤렉스를 사서 착용하고 과시하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함인데, 디지털 세상에서는 소셜 미디어에 사진이 올라오더라도 그게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합성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NFT를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해두면 아주 손쉽게 과시할 수 있고, 그 NFT를 진짜로 갖고 있다는 사실도 그 자리에서 간단히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NFT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수량이 한정되어있고 비싼 것에 몰려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크립토펑크는 서로를 알아보는 커뮤니티가 탄탄하고, 최초의 NFT라는 상징성도 있으며(이 부분은 사실이 아닌데 아무튼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1만 개로 한정되어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중앙의 롤렉스 매장. 마카오 카지노 근처엔 롤렉스 매장이 있더라.

최근 NFT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서 NFT를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론 이 설명이 가장 와닿았다. 분명히 세상엔 비싸고 희귀하기 때문에 가치가 인정받는 것이 있고, 그런 상품들은 그 “귀함”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치가 인정되며, 얼마나 그 “알아봄”을 이끌어내느냐가 핵심이다.

겨우, 서른이라는 중국 드라마에는 주인공이 부잣집 부인들이 모이는 부녀회에 처음 방문했을 때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주인공 역시 어느 정도 잘 사는 집이라 나름 괜찮은 가방(샤넬!)을 들고 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와 기가 죽고, 심지어 단체사진에서 잘리는 수모까지 당한다. 이에 굴욕을 느낀 주인공은 인맥과 재력을 총동원해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을 구해 다음 모임에 참가하고, 가방 덕에 부녀회에서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문제의 단체사진. 가방 위에 써있는 숫자가 무언가의 화폐 단위로 추정되는데, 10배가 넘게 비싼 가방의 소유자가 가운데에 섰다!

명품을 잘 모르는 나로선 충격적인 장면이었는데, 에르메스 중에도 10배나 차이 나는 가방이 있고, 좋은 가방을 소유했다는 점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갑자기 인정받는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앞서 나온 크립토펑크 구매자가 말한 것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게다가 이런 과시를 디지털 세상에선 언제나 손쉽게 할 수 있다면. 사치품 시장이 NFT로 옮겨오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다.

쓸모?

NFT가 쓸모가 없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게임 아이템의 NFT가 더 가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수억을 호가하는 리니지의 집행검은 충분한 쓸모가 있다 (물론 플렉스 요소도 매우 강해 보인다). 가장 강한 무기이기 때문에 모두가 만들고 싶어 하고 비싸게 거래되는 것인 만큼, 그런 아이템이 있다면 세계관에서 가장 강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리니지가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어떻게 될까.

+10 집행검이 재료로 필요한 무기. 작년 10월에 만든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는 게임 아이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어딘가에서 쓸모가 있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는 물건은 그 쓸모가 사라지면 가치도 잃게 된다. 즉 결국 쓸모로 인한 가치는 그 플랫폼의 존폐여부와 진행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런 걸 “본질적인 가치”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많은 재화와 서비스는 가격과 효용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아주 조금의 차이를 위해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고, 그 효용이 정량적이지 않을수록 더 큰 금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쓸모가 가격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특히 비싼 물건에 대해서는) 이미 부정된게 아닐까.

인간의 감각, 스토리, 그리고 진품 여부

그래서 오히려, 쓸모는 없지만 인간의 감각/인식/감정에 가까운 것이 비싸질 여지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현대미술을 명확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작품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을 때가 있고, 그런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부자일 때 높은 금액에 거래된다. 인간의 감각에 가깝다는 건 “쓸모”에 기반한 시장보다 더 넓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고, 더 영속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쉬울 것이다.

마크 로스코의 무제(1960). 2019년에 5000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격 형성에는 작가가 중요하다. 유명한 작가는 고유의 화풍이 브랜드처럼 존재하고, 그 화풍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인정받은 작가는 그 작가의 삶 자체가 스토리가 되면서 비교적 덜 대표적인 작품이라도 덩달아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물방울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 땡땡이 무늬로 유명한 야요이 쿠사마, 모네의 수련, 마티스의 색. 고흐. 작가와 화풍, 그리고 그 스토리는 가치를 형성한다.

미술품과 농구 카드가 그러하듯 크립토펑크와 해시마스크 같은 주목받는 NFT 프로젝트는 브랜드와 팬덤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스토리가 현재 진행형으로 생성되고 있다. 최근 포브스, 바이스, 제로헷지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NFT가 다뤄지고 있는데 이런 노출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피드백 루프로 이어지지 않을까.

진품 여부의 중요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모나리자는 검색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 앞은 언제나 붐비는 것이 진품의 사회적 힘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NFT 커뮤니티에서는 NFT 작품의 스크린샷을 보여주면서 “그 NFT 나도 갖고 있어”라며 비꼬는 사람들에게 비트코인 퍼블릭 키 스크린샷을 보여주면서 “나도 그 비트코인 갖고 있어”라고 대꾸하자고 하기도 한다. 단지 NFT에 대해 진품을 증명한다는 게 아직 와닿지 않는 것 뿐인건 아닐까.


정리하면, 성공적인(=가격이 많이 오르는) NFT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 Flex성
  • 별다른 쓸모 없음
  • 인간의 감각에 가까울 것
  • 스토리를 통한 커뮤니티의 형성
  • 진품임이 입증 가능할 것

물론 지금의 NFT 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코인 가격의 상승과 동반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저 요소들이 현실 세계의 사치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걸 생각하면, NFT가 디지털 세계의 사치품의 포지션을 차지하기에 적합한 형태임엔 틀림없지 않을까.

미국의 작가이자 비평가인 프랜 리보위츠는 그를 다룬 다큐 도시인처럼에서, 사람들이 경매소에서 미술 작품이 등장할 때는 조용히 있다가 낙찰가가 정해지면 박수를 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작품이 좋은 것이라면 작품이 나왔을 때 박수를 쳐야지, 작품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가격이 결정되었을 때 모두가 박수를 친다는 건 작품 자체보다는 가격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위트있게 한 이야기라는 것은 감안해야겠지만,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NFT만 거품이라고 비난할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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