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을 주면 서비스 사용자가 늘어날까

네트워크의 보안 유지에 기여하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나눠주는 것으로 시작된 블록체인 기반 토큰 보상 방식은, 네트워크 보안과 상관없이 컨텐츠를 생산하면 토큰을 지급하는 스팀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때마침 발생한 작년 하반기~올해 초의 급속한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은 스팀과 같은 토큰 지급형 서비스에 많은 관심이 쏠리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현재 많은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토큰을 주면 사람들이 모여들까? 어떻게 보면 스팀잇과 채굴형 거래소의 경우를 통해 그 효과는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스팀잇이 국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다른 플랫폼에서 글을 쓰던 블로거들이 스팀잇으로 옮겨오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뜨거웠던 작년 말과는 달리,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이 이어진 현재는 스팀잇도 그만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채굴형 거래소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FCoin을 비롯한 여러 채굴형 거래소에서 거래소 코인의 채굴이 종료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거래량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해시드의 장윤선 애널리스트는 1) 토큰의 공급 기한을 무제한으로 늘리거나 2) 토큰의 뚜렷하고 적극적인 수요처를 제공하는 것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과연 토큰 지급형 서비스에서 사용자를 유치하고 유지하려면 토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걸까?

토큰 지급을 통한 동기 부여

사람은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의 영향을 받아 행동한다. 그동안의 많은 IT 서비스들은 내적 동기(재미, 사용성, 아름다움 등)에 집중하여 사용자들을 모으고자 했다. 이와 반대로 토큰 지급은 외적 동기(금전적 이득)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 포스팅에서 다뤘듯이, 금전적 인센티브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토큰을 받는다는 건 아무리 그 금액이 적더라도 0이 아닌 한 경제적으로 이득이지만, 겨우 그만큼 벌려고 그 서비스 쓰고 있냐는 눈초리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서비스 사용자들을 안정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토큰을 줌으로써 발생하는 동기부여 측면의 +요인과 -요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기 부여 요소들(새로운 UX에 대한 불편함, 관계 중심의 서비스인 경우 서비스를 옮길 시 발생하는 관계의 단절 등)이 끼치는 영향의 총합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토큰 지급형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기존에 신규 서비스를 만들던 것과 완전히 동일한 상황에서 서비스를 성공시키기까지의 수많은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토큰을 쓸 수 있다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토큰이 얼마나 큰 동기 부여 요소가 되느냐일 것이다.

토큰의 기대 수익과 서비스 사용자 수

사실 금전적 인센티브를 통해 서비스 사용을 유도하는 건 예약자에게 캐시를 지급하는 게임 사전예약제, 광고를 보면 현금성 자산을 주는 리워드 앱 등등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 방식들과 토큰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다른 자산으로의 교환이 가능하며, 이에 더해 가격 상승에 따른 더 큰 수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서비스 간의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 (토큰이 동기에 끼치는 영향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큰 수의 법칙을 따른다고 가정할 때) 전체 사용자 수는 장기적으론 토큰의 향후 기대 수익에 비례하는 형태의 그래프가 될 것이다.

token_price_and_service_users

그러나 이는 토큰의 가격에 매우 의존적이므로 암호화폐 시장의 분위기에 지나치게 좌우될 수 있으며, 특히 모든 토큰의 가격이 비트코인을 따라 움직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매우 큰 리스크일 수 있다.

따라서 1) 초기 사용자 유입용으로만 토큰을 사용한 후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며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승부를 보거나, 2) 적절한 수요/공급 조절을 통해 토큰 가격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서비스의 생태계와 연동되어 움직이도록 만듦으로써 토큰이 정말 “돈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서비스의 특성상 퀄리티에서 차이를 만들기 어려운 서비스라면 후자의 설계가 무척 중요해질 것이다.

토큰 지급형 서비스도 “서비스”다

사용자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곧 서비스를 구성하는 근간이 되는 상황에서 토큰을 통해 사용자에게 보상을 돌려주는 방식이 퍼져나가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무리 “토큰 지급형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토큰 자체가 서비스가 아닌 한, 방점은 “토큰”이 아닌 “서비스”에 찍혀 있어야 할 것이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